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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민원 유감 B급 꽁트

  그들은 매우 화를 냈다. 그 점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더 없이 억울하다. 더 살기좋은 우리동네를 만들자고 한 일 때문에 신도시 공공의 적이 되었다. 어쩌면 내가 공분(公憤)의 빌미를 제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손치더라도 이것은 너무한 처사다. 어떻게 가족들을 겁박할 수 있는가? 더럽다. 하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도무지 모를 세상이 한국사회의 부동산세계인 듯하다. 이야기를 하자면 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꼭 해야겠다. 순진한 소시민이 신도시에서 잘 살아가려면 필독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듯한 소시민이 신도시에 입성했다면 그냥 조용히 살 일이다. 일정 정도의 부동산 지식 없이 괜히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합류하려 한다면 둘 중 하나다. 나처럼 공공의 적이 되어 쫓겨나게 되거나 혹은 아니꼽고 더러워서 떠나게 되거나.

  내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H 신도시에 입성한 것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2개월 전, 그러니까 아직 부동산시장이 견고하던 시절이다. 마흔 살에 얻은 아들놈을 위해 내집이란 게 필요하겠다 싶어 집을 알아보던 나와 아내는 이내 서울 안에 집사기는 포기하게 되었고, 서울 주변을 샅샅이 훑다가 찾은 곳이 H 신도시였다. 서울 도심에서 50km 떨어진 것 말고는 살기에 가장 좋은, 게다가 아직 집값도 그렇게 많이 비싸지 않은, 그야말로 우리 가족을 위한 동네였다. 지난 정권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도시는 조금 인공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녹지와 계획신도시다운 생활인프라, 게다가 세계 최고의 LCD회사가 바로 옆에 있고,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이 곧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부동산 투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반듯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호재가 있는 동네에 집을 사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물론 우리 가족이 H 신도시에 집을 마련한 것은 그 살기 좋은 생활환경 때문이었다. 출퇴근이 걱정이긴 했지만, 나 하나 고생하여 아내와 아이가 훌륭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가장으로서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고 아닌가. 

  처음으로 장만하는 집인지라 아내와 나는 신중, 또 신중하였다. 매주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약 60km 떨어진 H 신도시를 찾아가서, 물건을 보고 이것저것 따지길 두 달 반. (여기서 겪은 다운계약서니, 집 돌려막기니 같은 희한찬란한 이야기들도 무궁무진하지만 그딴 것은 아예 모르는 편이 낫다.) 마음에 딱 드는 아파트가 나왔다. 우리 가족이 살기 딱 좋은 전용면적 79㎡(나는 반듯한 소시민, 사소한 단위표기도 정부의 시책이라면 무조건 따른다.)짜리 아담한 아파트였다. 입주를 막 시작한 아파트였는데 계약자가 끝내 잔금을 못 마련해서 강제적인 계약 포기 상태가 된 집이었다. 잔금을 못치룬 전 주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미안할 일도 없다.) 합법적으로 새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에 프리미엄 4,000만원을 더주고 (이 때문에 전 주인에게 미안할 일이 없는 것이다. 얼추 이자 비용은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지금의 아파트를 장만하게 된 것이다.

  자, 이 정도의 스토리라면 나란 사람이 얼마나 신중하며, 법을 존중하며, 합리적이고 양식과 교양이 있는 줄 알 것이다. 그렇다. 비록 겨우 중산층에 들까말까한 재력이지만 나는 40 평생을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잘 살아왔다. 사실 집을 사지 않고 있었던 것도 괜히 나까지 부동산 거품에 일조하지는 말자는 주의 때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서 아이에게 집 없는 설움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신념을 꺾고, 내 집 마련을 했으니 바야흐로 완연한 소시민이 된 것이다.

  그리고 1년, 나의 생에 드디어 꽃이 피는 것인가. 행복한 삶의 나날이었다. 가끔 야근을 하게 되면 택시비가 많이 들어서 그렇지, (야근하면 택시비만 무려 5만원돈이다) 나머지는 뭐 하나 부족할 게 없는 생활. 가끔 일찍 들어와 아파트의 작은 휴게공간에서 담배라도 태울라치면 풀벌레 소리며, 바람에 이는 잎새 소리며 전원생활이 따로 없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주말마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호수공원이며, 전통공원이며 공원이 지천인 신도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비록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집값은 곤두박질 쳤지만, 어차피 실거주용으로 구입한 아파트, 조금 쏙 쓰리는 정도이지만 이 아름다운 생활이라면 그 정도의 속쓰림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지내던 나에게 H신도시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아내와 아이에게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지만, 심지어는 나와도 크게 상관 없는 일이었지만 이 좋은 신도시가 더 좋아지려면 반드시 개선될 문제점이었다. 신도시의 전체 입주율이 80%를 넘어선 지난 4월부터 나타난 문제점이다. 서울로 운행하는 광역버스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 집은 다행히 종점 근처인지라 늘 앉아서 출근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냥 서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매달려 가는 것이다. 버스는 계속 증차를 했지만 그렇다고 늘어나는 입주민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서울시는 수도권의 광역버스 증차 인허가에 굉장히 까다롭게 군다고 하니, 아침마다 출근전쟁은 정말 피 튀기는 현장,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날은 때마침 H신도시가 강남대체 신도시로 선정된 날이었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그것은 신교통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표로 H신도시는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나는 국토해양부 앞으로 장문의 민원을 남겼다. 신교통수단도 좋지만 지금 당장 서울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광역버스의 증차 및 증선을 해달라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 H신도시는 축제분위기였고, 나는 형식적인 답변을 보내온 국토해양부 민원담당자에게 화가 나 있었다.(이것이 문제의 화근이다.) 그래서 나는 H 신도시 입주자모임 카페에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렸다. 평소 같으면 많은 공감을 얻을 내용이었는데, 회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왜 잘 나가는 H 신도시에 부정적인 이미지의 글을 올리느냐, 혹시 H 신도시에 살지 않는 안티 아니냐, 등등 악플이 쏟아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점이 있으면 그 문제를 밝히고 해결점을 찾아야 더 좋은 동네가 될 것 아니냐는 내 답글은 고도의 안티라는 집중포화를 받았다.

 아, 그때 거기서 멈췄어야 한다. 그냥 뭐 이런 동네가 다 있어? 욕지거리 한바탕 해주고 모른 척 살았어야 한다. 하지만 나같은 소시민도 오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늘에 맹세ㅎ건대 절대 내가 사는 동네를 욕 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 상처를 드러내어 고름을 짜내자, 이것이 나의 본심이자 충심이었다. 방송기자인 친구 C에게 연락을 했다. 저간의 사정을 들은 친구녀석은 흔쾌히 취재를 해주겠다고 했다.

  방송의 위력은 대단했다. 5분이 채 안 되는 짤막한 방송뉴스는 그때까지 승승장구하던 H신도시 열풍에 찬물을 뿌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 덕에 경기도와 서울시가 움직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H 신도시를 더 좋은 신도시로 만들기 위한 위대한 투쟁까지는 아니였더라도 어느 정도 일조했다, 라는 자부심을 느꼈다. 지금은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칠 지 모르나 이제 광역버스 문제가 잘 개선된다면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이냔 말이다. 하지만 H 신도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그 일이 있은 후 H신도시 입주자모임 카페에서는 날마다 나에 대한 성토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나는 그냥 무시했다. 그러다가 버스문제가 해결되면 그들도 내 생각을 이해해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어제 쇼핑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그 카페 회원 몇몇이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어찌 알았는지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내에게 쌍욕을 하면서 H 신도시를 떠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그런 일로는 신변보호를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치가 떨리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결국 나는 장문의 반성문을 그 카페 게시판에 올렸지만 이미 늦은 듯 하다.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한 일은 이 신도시를 떠나는 방법 말고는 없는 듯 하다. 문제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고, 다른 곳의 전세는 오를 대로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끼얹은 찬물 덕에 우리 집값은 사정없이 떨어져 있다는 것...



꽁트B의 원고료 앵벌이
게임  만화

이딴 낮은 Quality로 원고료를 바라는 찌질함이 바로 B급의 정수...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덧글

  • 리버 2009/09/17 10:41 # 답글

    잘 견디셔야 할 일일 듯.
    조금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도 있을 것 같고.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해
    철학적인 논쟁까지는 하자는 건 아니지만
    자본주의(물질주의)시대와 대한민국 수도권 신도시에서 사는
    우리들의(나를 배제하지 않습니다)
    천박한 욕구의 본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
  • 꽁트B 2009/09/17 10:49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저 허구인 꽁트일뿐입니다. ^^
    말씀하신대로 저를 포함한 우리들의 천박한 욕구를 드러내보이고 싶어서
    만든 이야기인 것이죠.
    그런데 리버님의 덧글을 보니 왠지 이런 일이 정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리버 2009/09/17 12:00 # 답글

    허구라니 다행이군요.
    꽁트B님을 제가 잘 몰라서요.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정권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유지시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균형이니, 분배니, 정의니 하는 것들은
    이러한 욕구 앞에선 철부지 응석에 지나지 않겠죠?
  • 꽁트B 2009/09/17 13:35 #

    저도 그렇지만 그게 일반 시민들의 한계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더 점수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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