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Book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B급 꽁트

-오늘-

  에놈 노(Enom Roh) 박사 노벨상 3개부문 동시 석권. 

  신문에선 연일 그의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비록 국적은 스웨덴이지만 엄연한 한국계, 자랑스러운 한민족 아닌가. 생리의학상, 화학상 동시석권도 대단한 일인데 평화상까지 수상했다는 낭보에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이다. 갓난 아이적에 부모를 따라 스웨덴으로 이민한 후, 예테보리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한 뒤, 생리심리학과 화학간의 통섭을 연구하며 세계적인 생리화학자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제 예닐곱살짜리 꼬마녀석도 줄줄 외우고 다니는 에놈 노 박사의 이력이다. 

  그런 그가 유사감정화학물질을 최초로 개발해냈으며 안티-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제어 생리화학물질을 합성해낸 공로가 인정되어 노벨 화학상을, 올바른 시냅스 조형수술에 관한 논문과 성공적인 임상실험을 통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개발해낸 ODO(옥시토신-도파민-오피오이드)백신이 전쟁과 테러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일반인으로서는 무슨 소리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민족이 어떤 족속인가. 그의 노벨상 수상은 하루만에 7천만의 생리학자를 만들어낸 듯 하다. 당신도 그렇지 않는가. 한 달전까지만 해도 아드레날린이나 엔돌핀 정도만, 그나마도 어렴풋이 알던 생소한 분야였지만 지금은 "편도체"니 "시냅스"니 "ACTH"니 하는 전문용어를 모르면 아예 사람들 대화에 낄 수 없는 지경 아닌가.

  무엇보다 좋은 것은 노 박사가 개발해낸 ODO백신이 전쟁범죄 뿐 아니라 개인적인 흉악범죄까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ODO백신 영아 필수접종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그 백신을 맞은 아이들은 인간 본연의 행복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필수접종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도 발빠른 네티즌들이 벌써부터 필수접종 지정 촉구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지금은 ODO백신을 맞으려면 약 200만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하시라도 빨리 필수접종으로 지정될 일이다.


-일주일 후-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이런 일도 또 없는 듯 하다. 역시 에놈 노 박사는 노벨 평화상을 받을 법 한 인재 중 인재다. 평소에 현안 건건마다 충돌해온 여야는 물론 보수시민단체나 진보시민단체 모두가 100% 의견 일치. 이런 단합된 모습을 또 언제 봤단 말인가. 네티즌들이 시작한 ODO백신 필수접종 지정 촉구 시위는 오히려 싱거운 일이 되어 버렸다. 말그대로 일사천리다. 몇몇 교조주의적 그리스도교 사람들이 반대의사를 표시하긴 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법률 공포일부터 바로 시행된다고 하니 또한번 나라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 사이 우리의 에놈 노 박사는 또 한번 개가를 올렸다. 불안, 우울, 분노, 억울함 등 불량감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생리화학물질인 팍사로이드 합성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인류에게 늘 기쁜 날만 계속되는 것이다. 그 옛날 토마스모어가 꿈꿨던 불가능한 이상향, 유토피아의 세상이 드디어 열리게 된 것이다. 분노하지 않는 자들의 세계, 어감은 그다지 좋지 않으나 어쨌든 평화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아멘.


-십오년후-

  '멍청한 의사 같으니...  이런, 내가 지금 불평 감정을 낸 것인가? 또 불량감정 게이지 통제소에서 연락이 오겠군. 그리곤 안티-코르테솔 한방 콱, 놔주겠지. 그게 자꾸 머리를 나빠지게 하는 것 같단 말이지... 이번 고시에서 또 불합격 된 것도 다 안티-코르테솔 때문인 것 같다고... 그때 불량감정 게이지에 우울증상 초과 판명만 안 받았더라도 쓸 데 없이 도파미나이트는 맞지 않았을텐데... 그덕에 헤실헤실 웃다가 시험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지. 그 멍청한 의사가 도파미나이트나 세레토닌 처방이 아니라 피버나이제 주사를 처방해줬다면 미친 듯이 공부했을텐데...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각성자가 된 건가.' 

  그가 흠칫 놀라는 사이. 어느새 통제소 사람들이 그의 양팔을 감싸안고 연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량감정 게이지 통제소 사람들은 언제나 신속정확하다. 아주 작은 불평이라도 나올라치면 득달 같이 달려와서 세레토닌이나 도파미나이트를 주사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지식귀족이나 자본귀족들에게는 불량감정 게이지를 부착하지 않고 있으며 피버나이제로 그들의 능력을 계속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미 에놈 로라는 이름은 저주의 대상이 된 지 오래. 지식귀족과 자본귀족의 체제유지만을 위한 그의 팍스 호르모나 프로젝트는 절반의 성공, 아니 최악의 시도였다. 하지만 이런 비밀은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된다. 각 개인에게 지급된 불량감정 게이지는 매우 정밀하고 예민해서 약간의 불량감정을 표출할라치면 곧바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지 없이 불량감정 게이지 통제소 사람들이 출동, 예의 안정 호르몬제제를 투여한다. 안정 호르몬제제를 맞으면 안정된 감정 덕분에 분노를 느낄 겨를이 없다. 결국 이 팍스 호르모나 체제에서는 모두다가 안분자족할 따름이다. 신분상승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고, 아니 그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간혹 안정 호르몬제제 부작용으로 각성한 이들이 불평을 드러내긴 하지만 그때마다 투여되는 호르몬제제의 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부작용 각성자들은 자연적인 불량감정을 속이는 훈련을 한다는 소문이다. 이제 이 체제를 깨뜨릴 조직이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세레토닌과 도파민, 옥시토닌에 취한 이들에게 반항은 요원할 뿐이다. 셀라.





오늘도 꽁트B의 원고료 앵벌이는 계속됩니다.
그것이 B급의 진수니까...


TV  디카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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