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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말에 즐겨보던 시] 채호기의 푸른 뿔 詩 혹은 B급의 낙서


    푸른 뿔


내 무쪽 가슴에
푸른 뿔이 자란다.
협잡의 그
두루뭉실한 엉덩이를
받아주기 위해서다.

창밖의 나뭇가지
조잘거리던 입술,
새들이 떠나고
눈이 덮는다.
흰 눈, 벙어리의 눈

을 뚫고 푸른 뿔이 돋는다.
벙어리 냉가슴의 그
출렁출렁한 혓바닥을
떠받기 위해서다.

풀이 돋는다.
얼어붙은 겨울의
정신 덩어리를
들이받기 위해서


뿔은 돋고
백색의 눈밭을 뚫고
솟아 날으는 무의 속잎들


내 잘 미끄러지는
빙판 가슴을
침차게 들이받는다.
                        채호기 [지독한 사랑] p.58



오늘은 괜히 함성호의 [56억7천만년의 고독]이 땡겼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땡겼다. 하여 출근 전에 책장을 훑어봤는데
이놈의 뒤죽박죽 책상, 도저히 못 찾겠다.
대신 56억 7천만년의 고독을 읽던 시절에 같이 읽었던 기억이 있는
채호기의 [지독한 사랑]을 뽑아서 가방 속에 아무렇게나 구겨넣고는 출근했다.
92년 초판본인데 시집 가격이 3,000원이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 공짜수준이지만
당시엔 왜 갑자기 시집 값을 올렸는지 모르겠다며 문지 등을 욕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2,000원, 2,500원짜리 시집들이 부지기수였다.)
시를 올려 놓고 엉뚱한 소리만 하니 좀 멋쩍긴 하다.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무의 생장단계를 논할 수는 없으니까.




덧글

  • 햄톨대장군 2010/01/15 13:30 # 삭제 답글

    저도 가끔 옛날 책들 가격보면 깜짝 놀라곤 해요 ㅋ
  • 꽁트B 2010/01/15 15:08 #

    정말 그렇지요... 시집의 경우 91년, 92년대비 3배 이상이 뛰었으니깐요.
  • プロフを鵜呑みにして 2011/06/09 11:00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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